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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억 기부왕 류근철 박사

 

2013. 4. 24

박경석

 

578억.
국내 개인 기부액 사상 가장 큰 돈.

 

그런 돈을 기부하고 학교에서 제공해준 8평짜리 게스트하우스 공간에서 지내며 마지막까지 재능 기부를 실천하시다 돌아 가신 분.

 

우리 곁에 그런 천사 같은 분이 계셨습니다.
작년(2012년) 3월까지...

 

바로 류근철 박사님입니다.

 

국내 최초 1호 한의학 박사. 항상 웃으시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셨던 분. 구멍난 내의를 입고, 만 원에 네 개짜리 저렴한 넥타이를 매는 분이시지만 써야 할 자리에서는 통 크게 질르기도 하시는 기분파이십니다. 그 분을 만난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털털하고 평범한 분이셨다고.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분이셨다고.

 

류근철 할아버지가 578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하셨던 2008년 당시 인터뷰 기사를 보면 수백 억 대의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흔한 에어콘이나 선풍기 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20년 넘게 신어 뒤축이 찢어진 구두까지 신고 다닐 정도로 검소하셨고, 집안의 웬만한 가구는 주워온 폐품들을 재활용하여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셨다는군요. 이발소에 가서도 돈을 아끼느라 커트만 하고 면도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엄청난 짠돌이 이긴 하지만 인색한 분은 아니셨습니다. 학교 연구실로 찾아온 학생들에게 상담도 해주고 치료도 해주면서 때로는 손주 용돈 주시듯 택시비도 챙겨 주셨던 그런 마음이 따뜻했던 분입니다.

 

류근철 할아버지는 10억, 20억.. 돈을 벌면서 처음에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는데 나중에 자신이 가진 재산이 100억, 200억, 300억 불어나기 시작하면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하더랍니다. 이 돈은 내 돈이 아니구나.. 좋은 곳에 시집 보내달라고 들어 온 돈이구나.. 잘 관리해서 좋은 혼처로 보내야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내게 자주 물어요. 한의학으로 번 돈을 왜 카이스트에 기부했느냐고요. 한의학이 있는 것도 모두 조국이 있기 때문이에요. 옛날엔 ‘군대 몇 명,무기 몇 대’ 로 국력을 가늠했어요. 
하지만 오늘날 국력은 곧 그 나라의 과학 수준이지요. 과학자가 대접받는 나라가 선진국인 세상이 된 거예요. 난 이 돈이 우리나라의 과학 수준을 높여 국력을 강하게 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라요. 게다가 카이스트는 온 국민이 주인인 곳 이잖아요. 나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여기에 시집 보낸 돈은 영원히 내 소유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어요. " [소년조선 2011.1.11]

 

류근철 박사님은 국내 한의학의 대가이시고 발명가이기도 합니다. 국내 최초로 침술을 통해 무통 마취 수술법을 개발하셨다고 합니다. 맹장 수술이나 자궁근종술 등 서양 외과수술법으로나 가능한 수술을 한의학으로도 가능하게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추간판이나 관절교정용 물리운동기구 등도 개발을 하셨고 우주인들의 잦은 대기권 출입으로 인한 신체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헬스부스터'라는 기기도 개발을 하셨다고 합니다.류박사님의 이름을 따서 지은 '류근철 스포츠컴프렉스'는 지금 카이스트의 랜드마크가 되어있습니다. 

 

오늘 아침 류근철 할아버지의 생을 살펴보며 새삼 법정스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 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되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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