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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장기려

 

2013. 4. 3

박경석

 

부산 산복도로에 며칠전, 부산시에서 장기려 선생을 기리는 기념회관을 완공했습니다. '더 나눔센터'라는 곳인데 초량동 인근의 영세민들 의료지원도 해주고 일자리 창출도 도와주는 곳입니다.

 

성산(聖山) 장기려 박사.. 6.25 이후 피난민들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와 정착해서 40년 이상을 가난한 사람들 의료지원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분이십니다.

 

이 분이 살아오신 삶을 살펴보면 어떻게 이런 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청빈과 나눔을 몸으로 실천하고 사신 분입니다. 이 분에게는 바보라는 말과 한국의 슈바이처라는 말이 따라 붙는데 자신을 바보라고 불렀던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정말 바보스럽게 사셨습니다.

 

자신이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 환자가 돈이 없어 퇴원을 못하는 걸 알고 몰래 뒷 문을 열어 도망시켰다는 일화도 있고, 돈 없는 거지 노인의 구걸을 보고 주머니 속 수표를 아무 조건 없이 주었다가 은행에서 오해를 하고 연락을 해와서 해명해 주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실제 이 분은 돌아가실 때 통장에 약간 남아 있던 현금조차 간병인에게 모두 주고 무일푼으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남아 있던 건.. 그분이 말년에 돌아가실 때까지 빌려 살았던 부산 복음병원 옥상에 있는 작은 관사와 개인 소지품 조금이 전부라고 합니다.

 

지금 서울의대의 전신인 경성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 간암환자를 위한 대량절제술을 처음으로 시행해서 간암치료을 위한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던 실력있는 의사. 우리가 혜택을 받고 있는 건강의료보험보다 10년 앞서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만들어 가난한 이들의 의료혜택을 도왔던 사회사업가.

 
더 좋은 자리, 더 좋은 환경을 마다하고 고집스럽게 40년 이상을 한 자리를 지키며 오직 인술을 펼치신 분. 평생을 북녘에 두고온 아내와 자식들을 그리며 항상 그들의 사진을 곁에두고 망부석처럼 살아가신 분.

 

예나 지금이나 의사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직업입니다. 그런데.. 그 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아름다운 직업일 수 있는지를 장기려 선생은 삶으로 보여주고 가셨습니다. 마침 며칠전 부산시에서 그 분의 삶을 기려 기념회관을 지었다고 하니 부산을 들르는 길이 있으면 꼭 한 번 찾아 보아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사람.

이런 분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정말~ 살만한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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